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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조각

남편을 군에 보낸 아내 7

사랑스러운_ 2022. 10. 20. 00:01

나의 스무살, 조금 이르게 군입대를 한 친구가 있었다. 우리에겐 남사친들이 처음으로 군에 가는 쇼킹하고 걱정되고 아련한 그런 시간이었다. 그 후로 우후죽순으로 남사친들은 줄줄이 군에 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스무살 스물 한 살에 간 친구들에게만큼 편지나 전화를 자주 주고받진 않아지더라. (미안 친구야) 그리도 군에 간 친구들에게 편지와 함께 책도 보내주기도 하고 그랬던 기억이 있다. 친구들이 다 가고 나서, 동생들도 가고, 내 동생도 군에 갔다. 그 시절 참 많이 아날로그 감성이 아니라 진짜 아날로그로 전화도 하고, 편지도 주고받았네.
그러나 나는 남친을 보낸 적은 없다. 주변 친구들 중 남친이 군대 간다고 하면 그 전에 헤어지라고 하기도 하고, 남사친이 군대 간다고 하면 여친이랑 헤어지고 가라고 하기도 했다. 굳이 왜 그 시간을 상대가 없는데 허비해야하냐는 지론이었던 것 같다. 자유로운 연애를 지향하던 때였다. 묶여있지 마라는 이론을 펼치면 다녔던 시간이었다. 결국 헤어지지 않고 군에 간 경우, 미쳤다고 욕도 하고 그랬었다. 실컷 기다려온 친구가 전역한 남친에게 차이고 슬퍼할 때도 사귄 니가 미친거라고 욕을 했었네. 심지어 내 동생은 군에 갔을 때, 연애를 시작했고 전역 후 헤어진 아주 극혐하는 최악의 케이스였지.

그러던 내가 심지어 남편을! 심지어 아기 아빠를! 심지어 군대에!!! 보냈다. (완전 ㄴoㄱ 롸...? 찰떡 이모티콘이다) 지난날의 친구들은 나의 이런 운명적인 사건을 보며 어이없어하지만 이렇게 된 걸 어쩌겠는가. 나이가 20대 중반이라 말할 때도, 듣는 친구들도 ??????????????????? 물음표 백만 개에 헛웃음 작렬이다. 결혼할 때도 놀랐는데, 군대보냈다는 이야기에 더 놀람...... (그동안 내가 미쳤다고 한 친구들.. 심심한 사과를 전한다. 쏴리 앤 러뷰)

안쓰러워하며 나와 우리 아들을 가엾게 보기도 하는데, 많은 친구들과 동생들을 군에 이미 십여 년 전에 다 보낸 나는 지금의 군입대는 입대도 아니라는 꼰대같은 말을 감히 해본다.
일단, 훈련병이 전화를! 그것도 거의 매일! 개인 폰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쇼킹한 시대라는 것!! 심지어 인편(인터넷 편지)을 뽑아주는 것이 아니라 직접 어플에 들어가서 확인해보라고 한다는 놀라운 시대라는 것!!! 나는 군에 간 사람이 아니라 보낸 사람이라 시설과 식단은 내가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모르겠으나, 이정도면 뭐 할 말이 없지 않은가. 그냥 캠프 보낸 기분이랄까. (남편 미안. 고생이 많지?^^^^^^** 사랑해 보고싶어)
남편 말에 의하면 본인은 20대 후반이라 그냥 갑갑하고 나가고싶고 시간안가고 재미없고 그렇다는데, 함께 내무반을 쓰는 푸릇푸릇 20대 초반의 친구들은 그렇게 캠프 온 것 같이 종알종알 시끄러울 정도로 말도 많이 하고, 자기들끼리 그새 끼리끼리가 생겨서 끝나갈 즈음인 지금은 서로 뒤에서 욕하고 막 그러기도 한다고 한다.

그래도 남친에게 하듯 막 뿅뿅 이런거 나오게 소포를 보내거나 매일 편지를 써줄 수는 없지만, 우리 남편에게 손편지를 두 번 써서 보냈다. 훈련 중에 받음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기도 하며- 그리고 매일 통화해서 이미 편지에 쓸 말을 다 해버려서 어쩌지 하는 생각과 함께. (그래도 우린 매일 애틋하게 통화함^^*)
그런데 남편도 여친과 헤어지고 입대하는 남친의 입장이 아니라 그런지 뭐 그냥 무덤덤하게 입대했고, 챙길 건 본인이 알아서 몇 십 만원 어치 쇼핑해서 들어갔고, 사진 한 장 챙겨가지 않았다. 중간에 휴가 나와서 사진이 없음이 아쉽다며 손편지 써서 보낼 때 폴라로이드 사진 몇 장 넣어서 함께 보냈다.

그리고 아들 군에 보낸 엄마들이 받고 펑펑 운다는 택배도 받았다. 우리 아들 것이었음 나도 울었을 것 같은데, 남편 거라 울지는 않고, 빨래더미가 들어있구나 하며 그대로 세탁기에 집어넣기 바빴다. 남편 거라 울지 않았다기보다 그 안에 길다랗게 적힌 심금을 울리는 편지가 없어서 울지 않았던 것 같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핳...^^* 그 시절 부모님들은 군에가서 몹시 힘들었던 경험이 있어서 우리 아빠도 동생 보낼 때 눈물을 훔치곤 하셨는데, 우리 시아버님은 그러시지 않으시던데.... 아마 빡센 곳에서 군복무를 하지 않으셔서 그런가봄. 엄마는 동생 택배를 받고 그렇게 우셨다던데, 시어머님도 시동생 택배 받고 눈물이 좀 났다고 하시긴 하셨음. 시동생 군에 있을 때도 그리 큰 걱정을 하지 않으셨음. 왜냐? 훈련병 때는 아니었지만 자대배치를 받은 후엔 늘 폰을 사용할 수 있어서 매일 통화하며 근황을 주고 받았음. 우리 부모님은 훈련소에 있는 사위가 전화오는 것이 그냥 신기해하심. ㅎㅎㅎㅎㅎㅎㅎ

아무리 시대가 좋아졌다한들 그래도 5주-6주나 떨어져있는 것은 힘든 것! 연애 때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오래 떨어져있는 것은 처음. 조리원에 있을 때 코로나라 2주 떨어져있었고, 연애 때 단기선교로 3주 정도 떨어져있었던 것 빼고. 심지어 그땐 어떻게든 보기도 하고, 통화도 했었지. 우리가 통화하고 싶을 때, 보고싶을 때, 만지고 싶을 때, 필요할 때 찾을 수 있는 곳에 있지 않음이 지극히 불편하고 힘든 것은 사실! 남편도 그건 마찬가지일 거. 의무입대는 언제까지 지속되려나. 우리 아들도 보내야 하나. ㅠㅠㅠㅠ

통일이여 내 소원이오. 어서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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