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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조각

남편을 군에 보낸 아내 8

사랑스러운_ 2022. 10. 22. 00:43

자주 전화와서일까, 이제 수료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아서일까. 이젠 통화에 애틋함이 그리 크지 않다. (남친을 군에 보낸 여친도 마찬가지겠지)
게다가 짧게 겨우 하는 통화로는 다툴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평소 부딪히던 문제에 또 부딪히니 공격 개시가 바로 이루어진다. 전화 끊기 2분 전에 냉랭해져서 끊기 직전에 미안하다고 서로에게 진실되지 않은 사과를 겨우 하고 끊었다.

군대 갔다온 친구들이 하나같이 1년 6개월의 규칙적인 생활이 도루묵 되는데 걸리는 시간이 일주일도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정확하게 직관했기에 큰 변화는 없을 거라 생각은 했다. 그렇게 변하면 이 나라가 이 모양은 아니겠지.

여튼, 자기버릇 남 못준다고 뭐... 큰 변화 없는 큰 자식을 내가 잘 보필할 수 있을까 싶다.


(와... 내 기억 속에는 사과를 겨우 하고 끊었다 정도로 잠을 이기면서 써서 저장이 안 된 상태에서 끈 줄 알았는데, 아래 두 단락이 이렇게 마무리가 되어있다니!!!!!!!!!!!!!!! 내 무의식에는 이런 마음이 있었나보다. 의식이 있을 땐 이정도 생각을 한 적은 없었는데 말이다. 굳이 지우진 말아야겠다. 왜 이렇게까지 생각을 했었지???? 엄청 날 것이네?!)

의식이 있었으면 이렇게 썼을 그날의 내 머릿 속 생각은 이렇다.

왜 나는 재정 부분의 이야기가 나오면 남편과 쾅! 그것도 아주 세게 쾅! 부딪히는 것일까. 굳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아도 될 것을.
내가 보았을 때는 선을 두고 싶지 않아하는 남편이다. 선을 두는 내가 옹졸하게 비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더 예민해지는 것 같다. 나만 이상하고 쪼잔하고 우스운 사람이 되는 것만 같아서. 근데 이성적으로 생각해 볼 수 없는 건가? 우리 수중에 있는 돈이 없는데, 땅을 파서 해야하는 것인가. 상황을 다 알고 있을텐데. 게다가 우리 결혼할 때 축의금 안한 사람에게 예의상 전하는 액수가 아니라 오바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재정을 쓰는 것에 있어서 합의점이 없는 것 같아 슬픈 마음이다. 평생 이 합의를 하면서 살아가야할 것을 생각하니 더 속상하다. 그때마다 나만 나쁜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 더 짜증나고, 짜증을 내며 혈압오르며 병이 들 것 같은 속쓰림을 껴안고 또 그럴 것을 생각하니 더 우울해진다. 더 강경해야하는 부분인 것 같은데 그럴수록 더 부딪히니 더 더욱 힘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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