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심겨진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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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조각

4년 전 오늘

사랑스러운_ 2023. 12. 1. 01:27

겨울왕국2를 봤던 것 같다. 그당시 청년부 담당 목사님께서 우리 둘의 관계를 아시고 하사하신 영화표였다. 주일을 앞둔 토요일이라 이래저래 각자 일정을 끝낸 후라 졸면서 봤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남편의 전세집에서 수국을 받아들고 편지를 대놓고 쓰는 남친을 바라보고 있었네. 4년 후, 어떤 일이 내 앞에 펼쳐져 있을지 모른채.

하나님이 그당시 나와 남편에게 서로를 볼 수 있는, 아니 예쁘고 멋지고 사랑스럽게 볼 수 있는 필터를 씌워주시지 않았더라면.. 고향에서 참으로 먼 곳에서 살며, 코 고는 두 남자 사이에서 뱃속 아기의 태동을 느끼며 잠못이루고 있는 이 밤도 없었겠지. 하하.

때가 중요한 것 같다.
그때였기에 가능했고, 그 때가 아니었기에 불가능했다.
이따금씩 우리가 좀 일찍 만났다면 이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랬다면 좋은 사람으로 각자의 삶에 남아있었을터. 그것이 신기하다. 인생 어디로 갈 지 알 수 없다는 것이 백퍼센트 꽉 채워서 옳다고 받아들일 수밖에.

그 아름다웠던 시간을 돌아본다.
돌아볼 수 있어 감사하다. (지금의 마음이 그렇지 않아서 그런건 아니고^^) 서로를 바라만 보아도 설레고 두근대고 그저 서로의 눈 안에 있는 서로가 사랑스러워보이던 그 시간이 참 아련하다. 지금은 데면데면 하는 순간도 있고, 보기 싫은 순간도 있고, 안타까워 보이기도 하고, 가엽게 보이기도 하고 뭐 그렇다. 그리고 나 스스로를 그렇게 보기도 한다. 이것이 화를 불러오는 것이란 것이 참 섬뜩하다. 적어도 그 시절에 남편을 보는 나를 가엽다고 안타깝다고 느끼는게 없던 건 당연하고 나 스스로에 대한 어떠한 판단?도 없었 것 같다. 우리의 관계를 두고 타인이 이야기를 할 때에도 그것이 나를 찌르는 말이든 도움이 된 말이든 그것조차도 큰 영향을 주지 않았던 것 같다. 여튼, 내 기억 속에도 남편 기억 속에도 나는 그저 사랑에 빠진 한 소녀의 사랑스러움만 있을 뿐.

소유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잊지 말자. 우리의 관계는 서로를 이렇게 보아야겠다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상대를 소유하고자 하는 태도와 마음이 결국 지금 상황에서 내 마음의 번민을 가지고 온다는 걸 다시 명료화하게 한다. 기념일이 새삼 감사하네. 올해는 내가 먼저 마음을 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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