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심겨진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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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조각

남편을 군에 보낸 아내 4

사랑스러운_ 2022. 9. 30. 22:41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고나서 전화가 뜸하다. 우리 남편 많이 불안할텐데 잘 이겨내길 ㅠㅠ
이번주는 월요일, 수요일에 어렵사리 통화를 짧게 했고, 금요일인 오늘도 소식이 없는걸 보니 뭔가 빡신가보다.

우리 아기는 몸이 회복이 되니 조금씩 안정을 찾고 있고, 익숙해진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있다. 엄마의 양육 방식이 맘에 쏙 드는 것이 아니라 불편하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우리가 친정에 온 지 이제 2주가 지나 3주차에 접어들었으니 엄마도 많이 고되어 보인다. 한창 에너지가 넘칠 때를 지나는 17개월 아기를 다독이는 것보다 어른인 우리가 알아서 비위 맞춰가며 기고 있는 중. 끙... 여튼, 아기는 좋아보인다.

오늘 둘째 검진으로 인해 산부인과에 갔다. 남편 없이 혼자 산부인과에 처음 가는 발걸음이 싱숭생숭하다. 찐하게 살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과 걱정을 안고 첫째를 받아주신 인자하신 선생님께 갔다. 다음주에 왔으면 성별을 알 수 있었을텐데 일찍 오셨네요 하는 물음에 다음주에 올 수 없을 것 같아 왔다고 했다. 사실, 남편이 수료하고 우리를 데리러 올 때까지 2차 기형아검사까지 다 해놔버리고 싶어서 서둘러 간 것인데 이렇게 길게 말씀드리진 못했다. 초음파를 보시는데, 잘 있네요 하시더니 어허... 라고 하신다. 음... 음.... 내가 봐도 초음파가 첫째 때 보지 못한 모습이다. 심장이 콩닥콩닥 뛰고 있어야 하는 자리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심장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크기는 1주 정도 차이가 난다. 내일 다시 오라고 하시는 말씀에 내일 보면 달라지는게 있나요? 라고 되물었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기적을 바란다는 이야기다. 간호사 선생님은 혹시 모르니 보호자 동반하고 금식을 하고 오라신다.
'남편 못와요....ㅠㅠㅠㅠ'
차마 군대갔다는 말은 입 밖에 나오지 않아서 멀리 있어서 올 수 없다고 그래서 친정에 한 달 있는 거라고만 말했는데, 외국 나가셨냐고 물으셔서 그냥 끄덕였다. (하.. 이런 죽지 않는 쓸 데 없는 자존심....) 수납하고 도망치듯 주차장으로 가서 차에 타자마자 엉엉.ㅠㅠㅠ 종종 기도하러 가는 곳에 가서 또 엉엉ㅠㅠㅠ 남편한테 긴급하게 전화를 해야하나 싶다가도 나올 수 없는데 괜히 심란하게 만드는 게 아닌가 싶어서 오늘 전화가 오면 이야기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전화를 안했는데, 오늘도 전화가 없다.ㅜㅜㅜㅜㅜㅜㅜㅜ

내일 소파술을 한다면 보호자가 없이 가능할까. 친정아빠도 내일 출근이셔서 엄마가 보호자로 함께 온다면 첫째를 봐줄 수 있는 누군가가 없다. 게다가 남편에게 아직 이야기를 하지 못했는데 수술을 하고 싶진 않다. 그럴 순 없을 것 같다. 미룰 수 있으면 통화를 하고 미루고 싶은데, 안된다고 바로 해야한다고 하시면 어쩔 수 없이 아기도 병원에 같이 와서 같이 해야할 것 같다. 그냥 긴급하게 전화를 해볼껄. 연휴도 긴데 혹시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검색만 열심히 했네... 실천은 못하고 ㅠㅠㅠ 내일이 두렵다. 어떻게 될런지. 기적을 바란다해도 아기가 잠시 멈추었던 심장이 다시 열심히 뛴다해도 계속 걱정이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중기 유산은 더 힘들지 않을까. 검색의 노예는 괜히 마음만 어려워진다. 남편 보고싶어 엉엉엉 ㅠㅠㅠㅠㅠ 우리 아기가 심장이 안뛴대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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