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심겨진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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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조각

남편을 군에 보낸 아내 2

사랑스러운_ 2022. 9. 23. 22:47

아기가 많이 아팠다.
돌치레를 할 때를 제외하곤 그간 접종열 한 번 하지 않았고, 코로나 때도 쉽게 지나갔는데 열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 사흘을 보내고 나니 온갖 걱정이 앞섰다. 기침소리도 예사롭지 않고, 가래도 엄청 불편해 보인다. 맘카페의 이런저런 글을 볼 때마다 여러 병명이 머릿속을 채우기 시작할 즈음, 안되겠다 싶어 정밀 검사를 받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 대기를 지나 의사선생님과 대면했다. 청진기를 대시더니 숨소리가 쉑쉑 하는 걸 보아하니 모세기관지염 증상이 보이고,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 독감 검사를 하자고 하셨다. (코로나는 이미 앓고 지나간 지 한 달 정도 되었기에 코로나 검사는 패쓰) 열이 사흘간 지속이 되었기에 접종열은 아니라고 진단하셨다. 나는 주말이 있기에 피검사로 더 정확하게 알고싶어했고, 그럼 그렇게 하라며 이것저것 혈액으로 알 수 있는 검사를 추가추가 하시더니 채혈과 엑스레이 검사 후 다시 오라고 하셨다.
임신 했을 때 피검사를 하던 체혈실에 아기를 안고 가서 가느다란 팔뚝에서 어른과 같은 양의 피를 채혈하는 것을 보는 것은 엄청난 고욕이었다. 아기는 당연히 자지러지고 있고, 아기 팔을 강하게 붙잡는 체혈실 선생님의 손을 뿌리쳐버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할 수 없기에 보지 않기로 선택하고 고개를 돌렸다. 현재 둘째 임신 중이라 엑스레이는 위험하여 울며 자지러지는 아기를 방사선실 선생님께 맡기고 문 밖에서 우는 아기와 눈이 마주쳤을 땐 그렇게 서럽고 서러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미안한 마음과 애처로운 마음이 몰려오며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다. 그래도 엄마마저 울면 안돼 ㅠㅠ 폭풍 오열 할 것 같아서 간신히 참았다.
울면서 몸을 비틀어서 그럴까 엑스레이 상 왼쪽 폐 안쪽이 하얗게 보였다. 마치 폐렴인듯. 입원 가능성에 대하여 말씀하시는데 앞이 캄캄해온다. 그런데 뒤늦게 나온 혈액검사에서 모든 기능이 너무나 정상이라 폐렴은 아닌 것으로 판명이 났다. 그러나 엑스레이는 혹시 모르기에 재촬영을 당부하셨다.

모든 진료가 끝난 후, 수납과 처방전을 받아 들고 나오는데 남편이 전화가 왔다. 목소리를 듣자마자 긴장이 풀리면서 울컥. 남편 없는 서러움. 하루 종일 긴장 상태로 있었던 시간에 대한 안도감. 여러 감정이 교차되었던 것 같다. 그와중에도 정신 차리고 남편 걱정도 하고, 아기도 이제 신이 나서 돌아다니니 잡으러 다녀야하고. 울적한 기분에 젖어있을 수 없다. 미주알 고주알 친정 엄마한테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남편에게 해야하는데, 이렇게 30분 정도의 알뜰한 시간이 주어졌으니 할 수 있는 말과 꼭 해야할 말을 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오늘은 나를 위해 나의 감정을 위해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ㅠㅠ 사랑해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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