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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조각

남편을 군에 보낸 아내 1

사랑스러운_ 2022. 9. 23. 22:31

우리 남편은 직업 군인이 아니다.
결혼을 하고 2년 후, 현역으로 군대를 간 것이다.
태양이나 민환과 같은 연예인도 아니고, 와이프가 김연아도 아닌데 이제야 간다. 나이가 굉장히 어린 것도 아니고. (그치만 20대. 어리구나 애송이 남편)
다행히 아기가 있어서 상근예비역으로 배치가 되지만 남친도 아닌 남편이 군대를 간다는 것은 일반적인 삶의 모양을 하는 사람들에겐 굉장히 의아하고 쇼킹한 이야기가 된다.
모르고 결혼을 한 것은 아니지만 막상 보내려니 이런 저런 마음이 교차한다. 진작 왜 안갔을까 싶기도 하고 말이다. 군 문제가 남아있다는 것은 여러 부분에 있어서 굉장히 껄끄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는데 이로 인해 다음 스텝을 설계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 계획은 얼추 완성이 되어간다.. 음......^^*)
게다가.. 지난 6월 말에 입대를 한 번 하고, 횡문근융해증으로 귀가 조치를 받고 3개월이 지난 9월에 재입대를 하는 상황이다. (하하하하. 나 완전 멘탈 갑 아내 등극.)
한 번 들어갔다가 나왔기 때문에 무얼 하게 되는지 안다는 것은 장점이 되기도 하고, 단점이 되기도 한다. 전역한 많은 남자들은 꿈에서도 다시 가고 싶지 않은 곳이라고 말할 정도로 군대를 다시 간다는 것이 끔찍한 일이라 한다. 그러나 남편은 그걸 좋은 쪽으로 생각한 듯하다. 심지어 남편은 같은 사단으로 또 배치를 받았다. 이것저것 필요한 것을 20만원 어치 쇼핑을 하더니(생전 쇼핑이란걸 자길 위해 한 적이 없는 사람) 마음이 놓이나보다. 무얼 상상하든 그 이상을 하는 남편. 하하하하핳하하ㅏ....

이윽고 날이 밝아 왔고, 나는 이미 아기와 함께 친정에 있다. 배웅을 해 주는 동료가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다. 아기는 그 사이 3개월 동안 더 성장했고, 아빠와 헤어진다는 것을 안다. 약 5주 동안 아빠와 영상통화를 하긴 쉽지 않고, 목소리를 맘껏 들을 수도 없다. 그래도 세상이 좋아져서(?) 유튜브로 남편이 미리 찍어놓은 영상을 보기도 하고, 핸드폰으로 사진과 영상을 보며 아빠를 잊을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아빠와 살을 부비며 놀지 못하는 것이 아쉽고 아쉬울 뿐.

다시 또 재입대를 하게 되는 그런 시나리오는 만들지 말자고 했는데, 지켜지길.
그러면서도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털 끝 하나 상하지 않길 바란다. 뭐.. 하나님이 가장 안전하게 돌보시고 챙겨주시길 신뢰할 뿐.

감사한 건, 지난 번 입대 때는 굉장히 소문나게 빡센(!) 중대에 배치를 받아 첫 날부터 모든 걸 200개부터 시작하는 미친 체력 훈련으로 횡문근융해증을 얻었었는데, 이번엔 그 중대는 아니라 다행. 그리고 코로나 확진으로부터 45일이 지나지 않아 따로 격리받는 호사도 누리는 것 같고, 적절하게 인격적인 체력 훈련을 하고 있는 지라 몸도 마음도 그리 지치진 않는 것 같다. 통화도 계속 할 수 있는 부대라 불안이 키워드인 남편에겐 엄청난 것이고!

고무신을 거꾸로 신을 수 있는 여친의 입장이 아니라 내 남편, 아이 아빠가 그저 건강하게 5주 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마치고 오길 바라는 아내라서 음....... (생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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