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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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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_ 2020. 5. 23. 17:01

무수한 정보 속에서 무엇이 좋은가를 놓고 고민하게 되는 것. 적어도 내 인생에 있어 어마한 정보 속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순간을 맞이하는 건 처음이 아닐까 싶다. 일단 결혼의 준비 기간이 두 달, 짧으면 짧은 이 시기 안에 그냥저냥 해야하니 하는 정도만 준비하려고 했는데 사람의 무수한 생각과 온갖 정보가 함께 깃들다보니 어렵다.

이건 간단하겠지 싶었는데 웬걸. 보면 볼수록 종류도 디자인도 가격도 천차만별. 안하는 것도 마땅한 방법이겠다 싶을 정도로 선택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도 결정에 있어 기준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가격과 디자인에 가드를 두었다. 명품이라는 이름을 걸친 비싸고 아름답고 영롱한 친구들도 허다했으나, 공장에서 찍어낸 것과 같은 누구나 끼고 있는 그런 디자인은 거부하는 탓에 유니크하지만 아름다움을 갖춘 디자인(?.. 어렵다)을 찾기로 하고 공방으로 살펴보았다. 

지방의 유수한 곳도 보았는데 명품을 카피한 디자인이 대부분이었는데 가격도 결혼이라는 거품을 끼고 어이없이 비싸서 서글픈 지방러는 상경할 일도 있어 서울에서 살펴보기로 했다. 서울도 참 많은 곳이 있어서 인스타와 블로그를 찾아보았으나, 성향은 꼼꼼하지 못하고 인터넷 쇼핑은 늘 망하는 탓에 일생에 한 번 있는 결혼 반지를 선택하기엔 몹시 어려웠다. 그냥 되는대로 가장 많이 검색창에 뜨는 공방 몇 군데를 픽하고, 우리가 상경하는 날 예약이 되는 몇 곳으로 좁혀졌다. 


서울에 있는 3일동안 우리의 개인적인 약속도 있었기에 그리 많은 시간을 소비한 것은 아니지만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은 몹시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도 한 번 가서 눈으로 보고 직접 착용해 본 것에 의의를 두었다. 눈팅하는 것과는 확실히 달랐다. 우린 심플하지만 한끗 차가 있는 포인트가 있고 반지도 반 사이즈 정도 여유가 있는 착용감을 선호하는 등 성향을 확실하게 알 수 있어서 많이 다행이다 싶었다. 특히, 남친의 손가락에 살집이 조금 있어서 한 번도 착용해보지 않고 디자인만 보았다면 큰일날 수 있었다. 이런 타입은 너무 굵게 가도 안된다는 것!

한 달 정도의 예식을 앞두고 급하게 맞추러 간 거라 더이상 선택을 미룰 수도 없었던 것도 지금 돌아보니 우리에겐 괜찮은 옵션이었다. 다른 것이 아니라 결혼이었기에 고심하는 타입도 아니지만 고민을 했을 터. 시간이 더 많았으면 더 둘러보았을 수도 있고, 더 고민했을 수도 있어서 더 복잡해질 뻔 했다. 

종로의 한 공방에서 니즈를 작성하는 중. 공간은 예뻤다.

 

여튼, 종로의 여러 업체를 방문하여 딱 맘에 와닿는 디자인도 없었을 뿐 아니라 남친은 보석상(....ㅋㅋ) 느낌이 강해서 벽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공방도 가보았으나 디자인 뿐 아니라 설명이 디테일 하지 않고, 피부톤에 맞는 색깔 설명만 무진장 많이 듣고 온 기분이랄까..? 그래도 이 덕에 우리 각자에게 맞는 반지 색을 알게 되었으니 이도 감사한 것! 그래도 최선의 것을 각 업체에서 확인 후, 견적은 뽑아본 상태. 다음 날 마지막 업체인 '금방그자리'에도 없으면 그 중 하나를 최선이라 생각하고 선택하자고 합의하고 연남동으로 갔다. 그리고 한 시간 반, 그곳에 앉아 있으면서 계약도 바로 채결했다. 

이 디자인에 중앙 다이아 하나를 더하는 것으로!
남친은 손가락 두덩이 살이 많고, 갈고리가 있는 타입.
착용감을 위해 남친 반지는 안쪽을 약간 라운드하게!

 

우리의 니즈를 분명하게 확인하고 알아주셨고, 우물쭈물하는 선택에도 여유있게 친절하게 설명해주신 사장님이 참 좋았다. 서울 사람들(?)보다 확실히 사근사근하고 정감있는 경상도 사장님이 우리의 마음을 끌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제공해주신 음료의 맛도 우리의 마음을 끌었을 수도 있다. 하하. 그정도로 친절하고 맛있었다. 무엇보다 디자인도 마음에 쏙 들었고, 이래저래 가격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어 감사했다. 가드링도 하나같이 다 예뻤고, 반지에따라 이미 깔맞춤으로 가드링 세팅을 해두셨다. 다른 걸 바꿔끼니 다시 주시더라는.. ㅎㅎ 반지 커스텀이 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우리의 손가락 형태(?)에 따라, 반지의 질감도 변화를 줄 수 있어서 유니크 할 수 밖에 없는 듯.

그래서 우리의 선택은! 저러했다! 하핫
그리고 3주만에 급하게 만들어주셨다. 이런 우드 케이스도 주시니 감사함❣ 다소 긴 문구도 작성해주시고ㅠ 사장님 언니는 온라인에서도 친절미가 대단하셨다.

예쁜 우드케이스에 이름과 결혼 날짜를 넣어주신다.
길다랬던 내부 문구. 서비스 블루다이아.

그 당시만 해도 남친이었던 남편은 대학원 대면 수업을 할 거라 생각했기에 직접 받으러 가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갑자기 이태원이 터지면서 다시 봇물 넘치게 확진자들이 나오면서 1학기 전체를 비대면 수업을 하는 터라 택배로 받을 수밖에 없었는데, 굳이 이 시국에 예식을 2주 남겨두고 찾으러 간대서 뭐냐 싶었는데 프로포즈링을 함께 했다는..!! 우리 웨딩밴드를 맞추던 당시에 한 번 껴보긴 했었는데, 가격을 물어봤더니 신랑한테만 알려주는거라며 말을 아끼셨는데 여전히 남편도 말을 아낀다. 결국 이렇든 저렇든 수혜자는 나니깐, 두 사람의 비밀로 지켜주기로 한다. 히히. 

프로포즈 당시의 수국과 프로포즈링

아!! 이것저것을 두고 고민 할 때, 일 년에 한 번 씩 가드링을 맞추러 오자는 당시 남친, 현 남편의 말을 블로그로 박제한다. 크크. 사랑해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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