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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조각

사역 후

사랑스러운_ 2016. 3. 24. 02:39
고린도전서 15:9~11

나는 사도들 중에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이며 하나님의 교회를 박해했기 때문에 사도라고 불릴 자격마저 없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내가 이렇게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며 내게 주신 그분의 은혜가 헛되지 않아 내가 다른 모든 사도들보다 더 많이 일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내가 한 것이 아니라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그러나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
일한 사람이 나든 그들이든 우리가 다 부활의 소식을 전하였고 여러분도 이것을 믿었습니다.



그렇다.
나는 어떠한 아무런 공로가 없다.
내가 사랑하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그 마음을 주신 하나님을 신뢰하는 자로 세우기 위한 생명 사역을 감당한 것은 모두 하나님이 함께 하셨고, 하나님께서 공동체와 함께 섬기는 동역자들을 주셨기에 가능했다.

지난 1년,
포항 내려와서 3년 정도 계속 뺑이 치고(?) 있다가 찔리는 마음과 안타까운 마음, 살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가족장의 자리를 맡게 되었고 1년이 지난 지금, 30대 시작 기념(?)으로 사역을 내려놓게 되었다. (내가 놓지 않고 놓임 당했다는 표현을 괜히 쓰고 싶다.)
여러가지 상황을 겪으며 1년이 어떻게든 흘러갔다. 이렇게 빨리 내려놓게 될지 생각지 못했다.(지금 막 드는 생각인데, 교만의 싹을 자르신 하나님이 느껴진다. 어쩔 수없는 나의 상황으로 내려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으쓱해지는 마음으로 내려놓고 싶었던 것 같다. 비록 그렇게 안되고 타의적, 아니 30대가 되어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지먀) 흘러간 1년을 돌아보면 난 뭘 했나 싶다. 가족장 제안을 수리했던 마음부터 생각해보면 나는 지난 1년 참 허무하게 보냈다.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지만 내게 이건 내 사역에 대한 '자존심' 이었나보다. 사람을 자라나게 하고, 키워내고, 그들로 인해 또다른 자들이 자라나고 키움받는 것을 늘 그렸다. 그런데 1년을 돌아보면 사람을 키워내지 못한 아쉬움이 제일 많이 남는다. 물론 내가 키워내는건 아니다.

고린도전서 3:6~7
나는 심었고 아볼로는 물을 주었으되 오직 하나님께서 자라나게 하셨나니
그런즉 심는 이나 물 주는 이는 아무 것도 아니로되 오직 자라게 하시는 이는 하나님뿐이니라

나는 그냥 내가 할 일을 하는거고 하나님께서 자라게 하신다. 그냥 돌아보았을 때 난 내가 할 일도 못했다고 생각한다. 심지도, 물주지도 않았다. 누군가는 이것이 자기자학이고, 더 나아가 교만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난 자학하지도 않았고, 교만도 없다. 정말 그렇다.  내 기준에서, 아니 내가 리더로 자라온 배경과 훈련을 생각하면 난 진짜 한 게 없다. 하나님 앞에서 영혼에 대한 애끓음과 영혼에 대한 성실함이 없었다. 그 결과, 하나님 앞에 바로 선 한 사람을 세워내지 못했다. 내 성에 차지 않은 1년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모두 수고했다고 한다. 그리고 나를 디게 큰 사람으로 만든다. 너무 낯뜨겁고 싫다. 더 남아있으라는 말도 내가 한껏 교만할 수 있는 소리였다. 그래서 놓았다. 사실 놓은 것도 엄밀하게 말하자면 타의적 선택이었다. (난 내 교만의 끝을 보기 위해 명확하고 구체적인 자리를 질문했으나 동문서답으로 들려온 대답으로 인하여 놓게 되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난 지금도 목회자와의 갈등 속에서 엄청난 후회를 하며 짜증을 내고 있었을테다. 자존심때문에 아닌척하겠지만.)

이후 고린도전서 15:10 말씀을 마주하게 되었다. 나의 나 됨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부터 오는 것이었다. 정신력, 혹은 무신경스러운 신경쓰이는 예민함 등으로 과연 감당할 수 있었으려나. 은혜 없이는 절대 감당할 수 없는 자리였다. 

어찌 되었든, 나는 끝냈다.
그리고 다시 준비의 시간을 주신다.
청년의 자리에서 청년 사역은 이제 그만이라고 이야기했다. 말이 씨가 되리라 생각하며.

밑도 끝도 없는 분주한 생각은 끝!

어찌 되었든, 수고했다 이지은! 애썼다!
치고 빠지는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맞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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