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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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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_ 2016. 7. 23. 03:40

정말 오-랜만에 나의 첫사랑들을 만났다. 

나의 기억 속에서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으나 그들은 여전히 너무나도 따뜻했다. 크게 재미있거나 심각하거나 진지한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지만 그냥 함께함이 감사하였고 행복했다. 그들을 마주할 자격? 아니 그보다는 그들과 마주하는 직업에 대하여 여전히 새초롬하게 생각하며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던 때에 준비도 없이 얼떨결에 덜컥! 만나버렸던지라 (지금 생각하면 운명적이지만, 그 당시만 해도) 나는 몸에 맞지 않은 어색하기 그지 짝이 없는 옷을 입은 모습이었다. 그랬던 나에게 맑은 눈과 맑은 마음으로 다가와준 사랑스러운 아이들로 인하여 경멸하며 치를 떨었던 이 직업이 어쩌면 나를 살릴 수도 있을 것이라 조심스레 생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생각은 지금의 나를 있게 한다. 그들과 만난지 3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나는 아이들을 마주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기억한다. 모든 것이 서툴고 모호하고 어색했던 그 때, 그랬었기에 내 마음을 몽땅 다 주어 사랑할 수 있었으리라. (물론 나도 사람인지라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소중한 내 사랑이었지만 스물 일곱 명 중 더 사랑한 아이들도 있다. 그리고 마음이 시리고 찢기도록 더 아파한 아이들도 있다.) 그들의 마음이 나를 움직였고, 그들의 사랑스러운 눈빛이 나를 살게하였다. 마침 사랑을 몽땅 줄 누군가가 없어서 그랬던 것이 아니라, 그냥 그들이었기에 그들의 열다섯 인생에 한 점으로 있는 것이 마냥 신기함과 감사하였기에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사랑이었다. 누군가를 마음에 담고, 기억한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처음 영혼을 품었던 때에도 이렇게 사랑에 빠져있었다. 단언컨대, 이 사랑은 남녀가 나누는 사랑과는 비교할 수 없다.) 물론 엄-청 힘든 시간들도 있었다. 하지만 따뜻하고 행복했던 기억이 그런 시간들은 자연스럽게 기억에서 사라지게 하고 웃으며 생각할 수 있는 산뜻한 추억으로 만들어주었다. 

함께한 오늘,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무슨 맛의 음식을 먹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냥 그 둘의 존재가 나에게 슬쩍 다가와 내게 생기를 불어주고 지나간 느낌이다. 이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기에 나는 지금의 나보다 더 성장하리라. 더 좋은 선생님이 되고자 넘어지더라도 끝까지 애를 쓰리라. 꽁꽁 얼어붙은 차가운 마음에서 스르륵 풀리어 갓 피어오른 처음의 온기를 느낀 그들에게 내가 전한 첫마음을 한번씩 훅 들어오는 그들로 인하여 고스란히 기억하리라. 

(처음 아니라 말할 수도 있으나 마음은 처음이었던)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그 때의 마음을 지금도, 내일도, 내년에도, 10년 뒤에도, 이 일을 끝내는 날에라도 가질 수 있을까. 다시 나는 그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다시 나는 아이들을 그만큼 가-득 사랑할 수 있을까. 아니 그건 욕심이겠지. 그러나 내가 그렇게 사랑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그렇지 못한 날마다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처음의 그 마음을 가져다 준 아이들 생각에라도 따뜻한 말 한마디를 던질 수 있는 선생님이고 싶다. 그저 인내하고 마음에 삭히는 것이 아니라 진짜 따스한 마음으로 말이다.

혹자는 첫사랑의 기억은 완결되지 않은 일이 마음에 계속 남아 불편한 마음이 지속되는 자이가르닉 효과라고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나는 마음을 처음 몽땅 다- 내어준 경험이기에 여러 아이들이 나의 인생에 함께하며 지나갔으나 여전히 궁금하고 더 마음이 쓰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시행착오적인 아쉬움도 있지만 이것이 내 마음의 근원은 아니라 생각한다.) 여튼, 무엇이 정답이건 나는 나의 아침햇살과 같은 나의 첫 사랑들, 그들의 인생을 누가 뭐래도 지속적으로 사랑하며 응원하리라. 비록 그들의 길 곳곳에 실패와 좌절이 걸림돌로 자리하여 넘어진다 하더라도, 잘못 내딛은 길을 걷는다 하더라도, 그 길이 꽃길이 되길 늘 바라고 바랄 것이다. 

늘 나에게 한없이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며 나를 많-이 아껴주고 사랑해주었던(나의 오른팔, 왼팔, 심장, 머리 등을 자처하던) 오늘 만난 두 아이를 비롯한 여러 아이들이 찐-하게 생각나는 밤이다. 내 머릿속은 온통 이들 생각에 하트 뿅뿅이다. 잠 못 이루는 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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