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심겨진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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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책과 마주하다

[클럽 창작과 비평 제2장 가을호] 두 번째 미션

사랑스러운_ 2020. 9. 27. 00:05

클럽 창작과 비평 2020 가을호

와닿지 않는 주제와 소재는 그냥 넘기기 쉽다. 어쩌다보니 다 넘기고 있었다. 수루룩. 

그러면서도 연결되는 두 시를 찾았는데, 내 마음에 딱 부딪혀서 생각을 이어가게 하는 시가 있었다. 시 전체 맥락과는 크게 상관이 없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김용택 시인의 '꽃밭'에서는 멀어지는 사회적 거리를 바람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

앞산에서 먼저, 바람이 일어납니다.

그렇잖아도 서로서로 거리가 먼 사람들이 사회적인 거리를 두고 있으니,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두 손가락 끝 간격보다 간격이 서로 안 보일 때까지

더 멀어질까 그게 나는 크게 두렵습니다. 외면은 동물의 근성이니까요.

......


 

다음은 오성일 시인의 '촛불' 중 일부이다. 


...... 사람이나 촛불이나 꼿꼿한 자세 속에는 눈물을 사르기 위한 수평의 안간힘이 있다는 것도 터득하게 되었다 촛불이 무서운 건 다른 게 아니다 그 안간힘, 그 꼿꼿한 견딤이 무서운 것이다 수직의 분노가 옮겨붙는 저 거대한 수평이 무서운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분명한 것, 촛불은 바람 불면 번진다


 

우리 사회에서 촛불이 의미하고 있는 것은 지난 여름호에 다뤄진 촛불 이야기에 나오듯 강력한 의미가 있다. 나라를 움직이는 힘이며, 서로를 아끼고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 물씬 묻어 있는, 결국 공공의 선을 이루는 것이 촛불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찌된 일이까. 김용택 시인의 끝 말처럼 서로를 외면한 나머지 번지지 않는 촛불, 정체성을 잃은 촛불이 될까봐 겁이 덜컥 나기도 한다. 단순히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인가, 수평이 흩어진 탓인가, 수직의 견딤이 사라진 것인가. 다양한 이유가 즐비하지만 이것만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촛불로 일어난 나라라고 생각했는데, 변화를 기대하던 촛불들이 이상한 이유로 흩어진다. 촛불 전과 촛불 후는 엄연히 달라야 하는 것이 정상이라 생각했는데, 그들은 다르지 않았다. 역시나 그들은 같은 사람들이었다는 생각이 드니 촛불의 촛농 속에 있는 눈물이 배신감에 휘휘한 검은 연기만 가지고 꺼져버렸다. 다시 이 나라는 어떻게 되려나 진하게 여운이 남는 두 시인의 시였다. 먹먹함이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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