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심겨진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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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조각

놓치게 되는 것들 1

사랑스러운_ 2016. 10. 9. 00:30
운전을 하게 되면서 잃어버린 것들 1


내 인생의 스무번째 봄 기운이 살랑할 때즈음 아주 수월하게 운전면허자격을 취했다. 그 후 아주 오랜 해가 지나고 난 스물 여섯번째 봄을 맞이하면서 먼 길로 출근하게 되면서 운전이란 것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

처음 운전을 하던 스물 여섯번 째 해엔 발이 달렸으니 이제 어디든 갈 수 있어!라는 호기찬 모습으로 많은 곳을 다녔더랬다. 겁도 없이 장거리를 숭숭 달리고, 고속도로를 타고 급하고 분주하게 출근하고, 조금 여유있게 가도 되는 퇴근길도 내멋대로 숭숭 달려가곤 하면서 운전 버릇을 스스로 더럽게 들여갔다. 정말 겁도 없이.

그렇게 달려다니면서 얻은 것은 더러운 운전 습관 뿐, 잃은 것이 더 많아졌다. 곰곰히 생각하니 참 많다.

옆을 보며 사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주변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물론, 관심없는 것은 정말 너무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매몰차게 무시한다. 주변의 꽃과 내 위를 덮는 하늘, 해질녘 노을, 조금만 신경쓰면 보이는 아름다운 것들 투성이들에게 관심을 표하고 한 마디 말을 건네며 무럭무럭 생각과 꿈도 자라갔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시각으로서의 느낌만으로 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서 자연 앞에 성의없는 감탄사를 몇 마디 건넬 뿐, 내게 아무런 감동이 생기지 않게 되었다. 내리고 싶고, 그 옆을 서성이고 싶으나 멈출 수 없다. 늘 부리나캐 움직이는지라 늦다는 핑계도 있으나 일단 함부로 차를 세울 수가 없다.

제 아무리 좋은 카메라일지라도 사람의 눈만큼 좋은 카메라는 없다는 심심한 위로와 합리화는 나를 더 감성으로부터 단절시켰고, 사고 회로의 이상을 가져오면서 아주 가까운 거리도 걷지 않게 한다. 돈을 들여 걷기 운동을 하게 한다.

오랜만에 걷는다. 계절 모르고 피어나는 장미 한 송이를 발견했다. 불현듯 차창 밖으로 보았던 봄철의 장미 다발이 생각난다. 아쉽다. 아쉽다.

몽땅 다 잃어버리기 전에 찾아오자. 조금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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