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심겨진 꽃

지구에서 한아뿐 - 정세랑 본문

길 위에서/책과 마주하다

지구에서 한아뿐 - 정세랑

사랑스러운_ 2019. 8. 6. 00:35

옥상에서 만나요를 통해 알게 된 정세랑 작가의 장편이 서점리스본의 8월 비밀의 책이었다. 언박싱을 하면서 우왓 하면서 열어 젖혔고 심지어 사인본이었다. 행복함 급증.

할 일이 많아 책을 읽을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는데, 잠이 오지 않아서 어느 피곤한 날 새벽에 후다닥 읽어내려갔다.

옥상에서 만나요에서도 그랬지만 정세랑 작가의 주인공은 평범하지 않다. 비범하다. 이번엔 외계인과의 로맨스다.

#1. 지구인과 외계인의 차이
주인공 한아는 지구인 경민과 사귀는 사이였다. 아주 무미건조하게. 지구인 경민은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상대를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여자 입장에서 아주 볼성사나운 연인의 모습으로만 보인다. (물론, 자라온 환경이 경민을 이렇게 만들었지만) 심지어 외계인과 우주자유여행권으로 삶을 맞바꾼 것도 자발적 선택이지만 한 번의 상의도 없고 심지어 간다는 통보조차도 없는.
외계인과 계약?을 맺고 외계인 경민이 지구인 경민의 자리를 대신한다. 처음엔 뭐야 이게 라며 손가락이 오글오글했는데 너무 달달하잖아. 좋잖아. 대리만족에 행복했다. 지구인 경민과 달리 외계인 경민은 한아만 보고 지구라는 행성을 택했다. 그리고 어마한 지불을 하고 한아를 만나러 왔다. 외계인 경민의 사랑은 지고지순하고 따스하고 한아를 극진히 생각한다. 절대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가득 사랑을 표현한다.

지구인으로 이 사회를 현재 살아가고 있는 사람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해바라기 사랑을 외계인은 하고 있다. 할 수 없다.......? 아니 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열심히 자기 능력을 개발하고 그것으로 욕심내지 않고 필요한 정도의 돈을 벌고, 힘듦을 넘어 서는 것. 충분히 지구에서도 가능하지 않을까? (나 너무 포시러운 소리를 하는가... ㅎㅎ헤)

#2.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
한아와 외계인 경민은 지구를 끔찍하게 아끼고 사랑한다. 탄소 발자국이 최소화되는 삶을 산다. 정작 대부분의 지구인은 아무 생각이 없는데 (한아는 예외) 외계인 경민은 한아가 살고 있는 지구이기에 더 애틋하게 사랑한다. 
알아들을 수 있는 이야기로 에너지와 환경에 대하여 생각해볼 수 있게 해서 지구인 독자로서 굉장히 감사하기도 했다. ㅎㅎㅎ

#3. 가득 사랑받는 것
마음껏 사랑받고 있는 한아가 사랑스럽게 보인다. 지구인 경민과 만날 때는 엄청 무기력한 여자였는데 말이다. 역시 사랑은 받은 만큼 표현하고 나눌 수 있는 것이다.

+

$3 문을 닫았지만, 그날은 아무것도 닫히지 않았다.
$5 한아를 위해서라면, 우주를 횡단할 만큼 전 확신이 있어요.
$19 너를 직접 만나려고 2만 광년을 왔어. 내 별과 모두와 모든 것과 자유 여행권을 버리고.
$26 네가 없으면 내 여행은 의미가 없어져.
$28 네가 내 여행이잖아. 잊지 마.
$32 강한 집단 무의식 때문에 경민이 한아를 사랑하면, 그 별 전체가 한아를 사랑한다고 했다. 한아 역시 어째선지 우주를 건너오는 그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37 한아가 말했고 경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경민은 한아만큼 한아의 신념을 사랑했다. 한아의 안에도 빛나는 암석이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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