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심겨진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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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조각/엄마라니!!

둘째 자연분만 스토리

사랑스러운_ 2024. 3. 1. 21:20

윤달이 있는 2024년.
설마 3월 13일 예정인 아이가 2월 29일에 태어나겠나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신호가 2월 29일에 와서 식겁했다.

지난주 조금 무리를 했었는지 이번주 들어서서 몸이 욱씬 코가 질질 목이 간질간질 몸살도 아닌 것이 증상이 그랬다.
코가 너무 많아서 숨을 쉬기가 힘들어 계속 코를 풀 수밖에 없었는데, 그 탓이었던지 어쨌는지 모르겠으나 이슬이 비치더니 새벽에 뭔가 왈칵 하는 느낌이 들어 호다닥 나와서 화장실로 갔더니 맹물 같은 액체가 묻어난다. 아 이것이 양수구나! 하고 직감할 수 있었다. 양수가 새면 48시간 이내에 분만을 해야한다는 것을 익히 들어왔으니 아... 오늘이겠구나 싶었다. 2월 29일이다. 4년에 한 번 꼴로 돌아오는 2월 29일!!! 새벽에 옆집엔 죄송했으나 바로 떡진 머리부터 해결하고 혼자 새벽에 짐을 마구 꾸렸다. 이런저런 이유로 싸지 못한 출산 가방을 거의 1시간 만에 쌌다. (역시, 짐은 이렇게 싸야 싸지는 것....)

계속해서 아기가 아래에서 노는 느낌이었기에 오늘이 디데이란 생각이 강했다. 날짜보니 아쉽지만 어찌하겠는가. 그렇다고 내일 낳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하는 마음으로 병원으로 향했다. 첫째가 어린이집 방학이라 집에 있었고 아침을 함께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늑장을 좀 부리다보니 11시즈음 도착했고, 주치의 선생님은 휴무라 다른 선생님께 진료를 받았다. 늘 묵묵하게 할 말만 딱 하시던 주치의 선생님과는 달리 유쾌하게 말을 해주시는 선생님이셨다. 양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한 검사는 너무 힘들었고 (질로 뭘 넣는 산부인과 진료를 무지 힘들어함) 나와서 배를 보시더니, 아기가 꽤 통통할 것 같다고 말씀해주심. 예???????????? 지난주 금요일 진료까지만 해도 3kg 안된다고 하셨는데??? 그걸 어떻게 장담하냐고 낳아봐야 안다고.... 그렇게 양수 검사 두 줄 빼박 나오고, 혹시나해서 질초음파로 자궁경부 길이를 봤더니 3.7cm...? 종이장처럼 얇아져야 분만에 이를 수 있다고 하시면서 오늘은 그냥 자궁경부 얇게 만들고, 내일 분만 가능하겠다고 생글생글 웃으시며 이야기하시는데.. 할배 내 스타일이긴 한데 나는 절망이었다. 일단 입원 각. 그리고 아기는 하늘을 보고있다고. (아기가 나오려면 아래를 보고 있어야 함)

첫째의 출산 과정이 워낙 길었기에 또 유도분만으로 한다는 것이 절망스러웠는데, 내일이라니...!!!!! 게다가 터진 것도 아니고 조금 새는 정도였는데 입원이라니! 갑자기 이렇게 애를 낳게 되다니!! ㅠㅠㅠ 절망의 연속. 억울함 급증!!

올라가서 입원하라길래 터덜터덜 사랑스러운 첫째와 갑작스럽게 이별. ㅠㅠ

분명 외래에서 질초음파로 경부가 길다는 걸 보고왔는데 내진 왜...?? 첫 내진은 늘 괴롭고 마음을 힘들게 한다. 일단 마음을 지치게 만들고, 불편하게 하고, 이 의료행위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너무 배려없는 것 같아서 힘들다. 여튼, 내진을 당하고(!) 쉐이빙과 관장을 하러 다른 곳으로 이동하던 길에 사랑스러운 첫째를 마주치고 ㅠㅠㅠㅠ 엉엉엉엉엉엉엉엉 ㅜㅜㅜㅜㅜ 우리 아기 엄마 없이 잘 있겠나 싶고 ㅠㅠㅠㅠㅠ 흡흡흡흡 ㅠㅠ 그렇게 생이별을 했다. 다른 집에서 지내야하나 싶으니 더 눈물이 나고 짠해서 안되겠다 싶어서 엄마 호출. 일정이 있었지만 늘 기도하며 선택하는 엄마는 딸의 부름에 응해주셨다. 감사ㅠㅠㅠ 아기도 외할미랑 같이 있어서 넘나 좋았구.

첫 날.
12시 태동검사. 수액 라인 잡기. 항생제 테스트. 항생제, 수축제 투여. 내진. 제모. 관장.
항생제 테스트가 그렇게 아플 줄 몰랐다. 포를 뜨면서 진행하는거라 아프다고 말씀하셨는데, 진짜 아파서 소리 지르며 발 동동 구름. 그리고 내진 시러시러.
15시 태동검사. 내진.
17시 태동검사. 수축제 투여 중지.
절망이었다. 아기는 계속 아래에서 놀더니, 오늘따라 긴장했는지 위로 냉큼 도망(?)가버렸다. 수축제 투여에도 수축제로 인한 반응이지 전혀 수축도 없고 난 아프지도 않았다. 그렇게 내일 하자고 하시며 밥먹으라고 하심. 맛있게 식사하시라고 가져다 주신 여사님께 보응하듯 맛있게 먹었고, 먹고나서 계속 검색...... 둘째 유도분만 성공사례와 실패사례 등등.. 좀 더 병원을 빨리 아침부터 왔더라면 낳았을까 싶기도하고. 그렇게 낳았음 2월29일생인가 싶기도하고.
20시 태동검사.
수축제가 안들어가니 수축이 아예 없다. 자연진통은 전혀 걸리지 않은 상황. 내일 새벽 4시부터 달려야하니 얼른 자두라고 하신다. 잠을 못잤는데 잠이 안온다.
24시 항생제 투여

둘째 날.
4시 태동검사. 수축제 투여.
5시 관장
6시 태동검사. 수축제 증량 투여.
9시 내진. 수축제 계속 투여 중.
좀 다니라고 하셔서 남편이랑 복도 활보하는데 진통 찾아옴. 주기가 4-5분 정도 된 듯. 서서 진통 맞이. 그래도 함께 있어서 다행. 첫째야 고마워.
10시 태동검사.
갑자기 소리를 낼 정도로 아파옴. 그리고 호흡법 하기 시작. 주기 2-3분 정도로 선생님 맘에 쏙 들었는지 이거야 이거라고 해주심.
10시 30분 내진.
마구 후벼파는 내진을 하시더니 양막 파열 되었고, 이젠 본격적인 진통이 시작될 거라 하심. 끼인 느낌이 들면 호출하라고 하심. 50퍼 진행되었고, 경산모니 한 시간 만에 낳자고 하심. (3월 1일 공휴일이라 오전 진료가 있었는데 담당 선생님이 계신 상황)
한 시간에 희망을 걸고 가보자 했는데, 넘나 아픈 것...... 아파도 너무나 아픔. 참지 못할 정도. 남편이 옆에서 도와주고 있지만 그래도 아프니깐 괜히 짜증 오만상 냄. 그래도 아예 못할 건 아니란 생각이 듬. 첫째 너무 길게 걸린 탓에 길지 않도 한 시간이라는 것에 진짜 희망을 다 걸었음.
11시 계속 내진하시면서 힘주기 시전. 죽을 듯이 아프고 힘들고 호흡 안되고 소리 지르고. 난리난리.
내가 호흡을 못하면 아기가 산소를 받지 못해서 힘들다고. 아기 심박수 들려주시면서 괜찮다고 하셨고, 아기한테 유일한 산소공급책은 엄마라고 계속 말씀해주셔서 호흡 하려고 나름 애쓰긴 함. 물론 힘들었음. 엄청.
11시30분 분만실로 이동. 이동하면서, 이동해서도 의사 오기 전까지 오고 나서도 계속 소리지름. 호흡 하면서도 소리 지름.  나올 한 타임 놓침.
11시42분 아기 출산 및 후처리.
위에서 누르고 힘주고 난리남. 숨을 중간에 끊어서 다시 쉬고. 너무 누르셔서 아파서 숨 넘어가고.
12시 회복실 이동.
14시 입원실 이동. 미역국 냠냠.

2월29일이 아닌 3월1일 출생한 딸. 사랑해.
나왔는데 그렇게 작다고해서 마구 먹었는데, 나와보니 3.75kg ㄷㄷㄷㄷ
38주 2일에 나왔는데, 40주 채웠으면 첫째 4.24kg를 능가하거나 비슷했지 않을까 싶음. 다행!! ㅠㅠ
그리고.. 무통 없었다. 쌩으로 낳는 병원인가보다 싶었음.


잊지말자. 낳고나서 한 첫 마디. '다음은 없다' (첫째 낳고 첫 마디는 '둘째는 다시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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