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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아이들과 마주하다

스승의 날

사랑스러운_ 2019. 5. 19. 05:17
5월이다.
연차가 쌓이고, 같은 학교에 어느정도 있다보니 졸업생들이 찾아오면 알아보는 친구들이 있다. 특히 3학년 담임을 했더니 아이들이 종종 발걸음 할 때 꼭 찾는 사람이 되었다.
2월에 졸업시킨 후, 지금까지 여러 친구들이 왔다갔다. 고등학교 가더니 정말 성격이 후해진 아이도 있고, 여전히 똑같은 아이도 있고, 나름 컸다고 나를 잘 이해하는듯 지금의 중딩에게 큰소리 치기도 하고, 나에게 위로를 주기도 하고, 성적 때문에 벌써 주눅 든 아이도 있고, 공부를 더 열심히 하고 있다는 아이도 있고, 자퇴하고 싶다는 아이도 있고 등등 여러 모습으로 나타났다. 마음이 아린 친구들이 몇 있는데 이렇다.

#1. 뒷 건물 학교로 진학한 운동부 친구
2년 간 담임을 하면서 한 해 넘나 사랑을 토해내서 손지검도하고 안보기도하고 관심 끄기도하다가 다음해 너무나 가득 내게 사랑을 돌려준 친구다.
운동과 학업 모두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랬는데, 쉽지 않은가보다. 운동도 운동대로 힘들고, 열심히 하는데 생각보다 대회 성적도 안좋고, 게다가 부상까지 입어 여러모로 고민중이란다. 교실 내에선 다행히 본인 입으로 인싸라니 대견하고, 운동 전까진 수업에 최선을 다해 임한다고 하니 박수를 가득 쳐줄 수 밖에. 게다가 연애도 고딩답게 하는!
한해만 더 운동을 해보고 결정하겠다고 하는 이 친구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수고한다...!라는 말 뿐이었다.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ㅈㅇ에게 가득한 기쁨과 즐거움의 열매가 주렁주렁 맺혔으면 좋겠다. 더불어 진짜 가정의 소중함도 깨진 가정이 아닌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주시는 조부모님과 부모님을 통해 알게 되길! 상처가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2. 집에 오면 늘 외로운 친구
2년 반을 봐왔는데 근 1년 반 정도 마음이 쓰였던 친구다. 반 년은 옆반 선생님으로서 교과 시간 태도를 보고 교정이 필요한 부분을 같이 세워나갔다. 따로 불러다가 깨끗한 생활 개선과 규칙적인 생활 개선을 이야기하기도 했는데, 담임을 맡게 된 친구다.
가정에서 충분한 사랑을 받아야하는 때에 적절하게 받지 못했고, 외로움을 많이 타고 두려움까지 이어져 잘 때도 불을 켜놓거나 티비를 켠 채로 잠이 드는 친구였다. 나도 잘 못하는데 아침 스스로 일어나고 밥도 스스로 차려먹고 청소 빨래도 스스로 하는 등 모든 걸 스스로 해야만 하는 아이였다. 내 입장에선 부모가 원망스럽기도 했으나 말해도 큰 개선이 없길래 내가 부모를 자처하는 마음으로 살폈다. 씻는 것 부터 시작해서 등등.
진학에 있어서도 가정에서의 외로움을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는 곳에 보내려고 많이 고민했다. 적절한 곳이 있어서 보냈는데 본인은 여전히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다양한 경우의 수를 놓고 함께 고민하며 결국 어떤 선택과 최선을 다해야하는지 이야기를 긴 시간 나눴다. 적어도 이 아이가 자립하는데 큰 힘이 되면 좋겠다. 어떤 선택을 하건 응원하는 자리에 있길.

#3. 고등학교 동문이 된 친구
답답하다. 가엾다. 사자굴에 들어간 미어캣이라 해야하나. 나의 지난 시간들이 떠올라 불편하다. 살아남기 힘들텐데 힘내라.

나를 만난 모든 아이들이 다 소중하다. 많은 친구들이 내가 담임이었건 그렇지 않았건 상관없이 소중하다. 그리고 내가 아는? 알아주는 것 이상으로 각자가 밝히고 있는 내재된 빛이 보인다. 보람이고 뭐고 다 짜증냐라고 하는 요즘 내게 위로와 격려로 찾아온 이들이 있어 보람이라는 씨앗이 들썩인다.

내 아가야들 늘 힘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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