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심겨진 꽃

100도씨 - 최규석 본문

길 위에서/책과 마주하다

100도씨 - 최규석

사랑스러운_ 2018. 1. 17. 17:00
2018.1.

동생이 몇 해 전 읽으라고 하며 내게 건냈을 때, 첫 쪽을 대한 후 내 반응은 뭐 이런 정치적인 만화를 건내는 것인가하여 굳이 정신없는 이 시대의 상황에 대한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으려고 읽지 않았다. 그리고는 늘 책장 저 구석 한 켠에 자리하던 이 책의 존재를 기억 속에서 잊었다. 그러던 작년 말, 사람들이 자꾸 이 책을 읽었다며 sns를 도배하길래 어떤 이야기가 적혀있길래 뭔 만화가 판을 치냐라는 생각을 한 도서였고, 책읽는당 1월에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의 최신 인쇄판을 1월에 구매한 후, 다 읽고서야 우리집 책장에 꽂힌 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 그 책이구나! (심지어 최규석 만화가님의 도서 대부분이 우리집 책장에서 발견된다.)

지진 이후 영화 감상에 대한 취미를 잃게 된 나로서는 1987이라는 대히트? 영화를 보지 않았다. 아마 이 도서는 이 영화가 나오면서 다시 부각된 것이 아닌가 싶다. 

전라도와 수도권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선 무관심하고 폭동이라고만 생각하는 경상도에서 나고 자란 부모님은 민주화항쟁을 직접 경험하시지 않았기에 나도 그 상황과 슬픔, 역사적의의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부분이었다. 역사 공부도 하지 않았던 탓도 있겠지만. 

주인공의 고향이 전라도여도, 비슷한 경험이 있던 주인공의 어머니도,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정의보다 더 앞서서 웬만하면 그 앞에 서지 마라는 충고를 하는 것에서 적잖게 고민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답이 명쾌하게 내려지진 않는다.

어쨌든, 내가 태어나던 해에 있었던 이 일로 인해 지금 내가 이 시대를 자유로이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은 뭉클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나는 과연 이 시대의 아픔에 얼마만큼 공감하며 아파하고 있는지, 그리고 나의 아이들에게 무엇을 물려주고자 하는지, 어떤 나라로 이 나라를 소개하고 싶은지 다시금 돌아보며 생각하고 또 다짐하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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