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심겨진 꽃

위저드 베이커리 - 구병모 본문

길 위에서/책과 마주하다

위저드 베이커리 - 구병모

사랑스러운_ 2018. 1. 17. 16:59
2018.1.

제목만 봤을 땐 이런 내용일 거라곤 차마 상상도 하지 못했다. 중간 챕터까지 읽는 내내 뭔 이런 말도 안되는, 이 소설이 내게 말하는 건 무엇인가 라는 툴툴거림 또한 지속되었다. 그러나 점점 빠져들게 되면서 몽마의 습격 챕터를 지날 때 즈음부터 무릎을 탁 치며 포스트잇으로 책 장을 넘기며 깁어가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람은 모두 각기 자신을 집어 삼킬만한 몽마가 있다. 그 몽마는 나의 치부가 드러날 만큼 나를 아프게 한다. 그 몽마는 나를 죄여오며 고꾸라지게 하려고 무진장 본인도 애를 쓰지만, 결코 나를 이길 수 없고, 결국 인간이 승리한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이야기한다.

후회하고자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지만, 삶을 빚어가면서 알게 되는 것은 그 순간이 내 인생에 참 필요한 시간이었음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결국 내인생의 어떠한 조각도 무의미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빈 배경의 조각이든 중요한 내용의 조각이든 상관없이 내 인생 전체를 봤을 때 결코 없어서는 안 될 조각인 셈이다. 

그리고 기욤 뮈소의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라는 소설이 문득 떠올랐다. 물론 기욤 뮈소의 소설은 타임랩스라 위저드베이커리와는 조금 다를지 모르나,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라는 소설을 읽으면서 과거로의 돌아감이 어떤 영향을 주게 되는지에 대해 조금은 생각해보았기에 떠올랐던 것 같다. 물론, 두 상황을 제시하여 계속 생각하게 하긴 하지만 말이다.

인생의 쓴 것을 달달함과 폭신함으로 덮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따뜻한 소설 한 편으로 다시금 달려갈 시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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