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심겨진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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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조각/엄마라니!!

우리 아이의 뜻밖의 행동

사랑스러운_ 2024. 2. 19. 00:47

2월에 시작된 등원. 아이의 아침은 이렇다. 잘 자고 일어나서 이제 뭘 하냐고 물으며 어린이집 가는 것을 다시 재확인하고 더 자고 싶다는 핑계를 대며 눈을 꼭 감고 있기도 하고, 가기 싫다고 하기도 하고, 낮잠을 자기 전에 데리러 오라고 해보기도 하고 등등 본인 어필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침실에서 나와서는 애착인형과 손수건을 가방에 넣고, 물통과 도시락통을 챙겨달라고 말하며 가방에 곧잘 넣는다. 아침엔 외할머니가 거의 매일 이주와 통화하며 어린이집에 갈 수 있는 용기를 듬뿍 더해주시고, 아침도 든든하게 먹고 응아도 하고 씩씩하게 가방을 매고 나간다. 가는 내내 어린이집에서 자주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부른다. 도착해서 엄마가 주는 용기를 받고 씩씩하게 선생님 손을 잡고 교실로 들어간다. 낮잠 시간 후, 3시에 데리러 온 엄마에게 다다다다 달려와서 포옥 안기고 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집으로 오는 길에 수다 삼매경에 빠진다. 차츰차츰 더 큰 용기를 얻어가며 이젠 선생님께 제법 들리는 소리로 인사를 한다.

이렇게 어린이집 적응에 한창인 아들의 행동이 조금 달라졌다. 이전에는 정말 이따금씩 보였던 행동이었는데 요즘은 매일 3-5번 꼴로 이런 행동을 보인다.
첫째, 난폭..까진 아니지만 사나워진 건 분명하다. 폭력성을 보인다.
둘째,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을 고함을 지르며 울며불며 떼를 쓰는 경우가 많아졌다.
셋째, 짜증이 많아졌다.

본 적 없는 행동을 하고 있어서 몹시 속상한데, 내가 그걸 다 받아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만삭) 나도 같은 행동을 한다고해도 무방하다. 서로에게 짜증에너지를 가득 뿜어주는 중이다. 윽박지르며 마냥 혼을 낼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아 달래보기도 했으나 더더 심화되고 있는 것 같아 남편에게 이야기 하고 차근차근하게 아이 마음을 들여다봐주기로 했다.

우리 아이의 성향은 순하고, 부끄러움이 많고, 불안이 높다. 본인의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을 처음 마주한 것이 큰 스트레스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친구들이 밀치는 행동을 한단다. 어린이집 적응 기간에 내가 본 교실 환경에서 충분히 아주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지금껏 집에서 엄마랑 놀면서 소유에 대한 집착을 할 필요도 없었을 뿐 아니라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놀았었는데, 어린이집에서는 본인의 것도 없고 같이 놀아야한다고 하니.. 게다가 아이들이 가지고 놀고 싶은 것은 꼭 그 타임에 같은 것이니 서로 밀치고 당기고 하는 일이 다반사일터. 게다가 아이는 말이 좀 빠른 편이라 다양한 단어를 이용하여 나름 조리있게 문장을 구사하는 반면, 친구들은 그렇지 않기에 행동과 울음으로 상황을 대처하고 있느니 많이 힘든 모양이다. 자기 방어를 위해 본인도 밀고 발로 차고 그러나보다. 그러다보니 집에 와서 그 스트레스를 풀거나, 친구에게 차마 하지 못했던 행동들을 엄마에게 풀어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조금 더 힘이 있다면 곧 나올 아이와 첫째 아이를 함께 양육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면서도 또 다른 한 켠에서는 왜 그렇게까지 갈아넣는 희생을 해야하느냐 라는 생각이 공존한다. 어린이집 입소를 선택하기 전, 수많은 고민을 하면서 가정보육을 하고 있는 인플루언서에게 조언을 구해보기도 하고 그랬지만 결국 나의 선택을 내 스스로가 존중했다. 그리고 지금 아이는 기관에 열흘 간 출석하고 있다. 내 선택에 후회는 없으나, 더 나은 삶의 시간을 살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다. 굳이 발로 누군가를 차는 행동이나 긁거나 쿡쿡 찌르거나 때리는 행동을 하지 않을 수도, 말로 차분하게 본인의 생각을 말하기만 할 수도, 고함을 지르며 시끄럽게 울지 않을 수도, 짜증을 내지 않을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 그러나! 우리의 모든 관계가 평화로울 수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모든 관계가 다 좋을 수 없기에 그렇지 않을 때 어떻게 대처하고 마음을 풀어가야하는 것인지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긍정적이고 따뜻한 방법으로. 그렇게 하늘의 위로를 얻고, 평안을 소유한 건강한 친구로 자라길 매일 기도하며 축복할 따름이다.

잠이 들기 전, 아이와 이야기 하는 시간이 꽤 재미있고 즐겁다. 보통 기도하기 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엄마 아빠가 큰 소리를 내면서 시끄럽게 했던 이야기, 친구들과의 이야기, 선생님과의 이야기, 엄마랑 있으면서 들었던 마음의 생각 등을 말한다. 참 따뜻한 밤을 불러온다. 나에게 반성도 더하는 시간이 되기도 하고. 아이가 다 담아내지 못하는 마음의 이야기도 있을 테고, 아이가 다 담지 못할 어려운 이야기를 내가 할 때도 있을 테지만 최대한 따뜻하게 이야기하며 잠에 들기 전 아이의 상처가 다 보듬어지길 기도한다. 예수의 보혈이 아이를 온전히 덮길, 또 온전히 회복케 하길.

엄마 아빠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최고의 것이 이것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해줄 수 없는 영역임에 분명하니! 내 소중한 아기를 가장 소중하게 다뤄가주실 수 있는 분께서 만져가시길 내어놓는 심정으로.

주께 드리는 관계가 우리의 연애를 넘어서서 결혼 생활과 육아에도 적용이 될 줄이야! 4년 전엔 몰랐었네. 감사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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