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심겨진 꽃

당신의 슬픔을 훔칠게요 - 김현 본문

길 위에서/책과 마주하다

당신의 슬픔을 훔칠게요 - 김현

사랑스러운_ 2019. 1. 26. 15:37


시요일이라는 시 큐레이션 어플이 있다. 처음 그 어플이 나오고 오호라 이런 게 나왔어야지 하면서 하루 하나씩 띄워주는 시를 읽었던 시간이 있다. (지금은 좋은 습관이 아니라 지나는 일상이 되어버려 그냥 넘기길래 없애버렸다. 그리고 시는 모름지기 후다닥이 아닌 점잖게, 여유롭게 굳이 낭.독. 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시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이라 판단하여 없앰)

시를 엮은 작가는 쉼없이 살고 있는 얼굴 모르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시로 처방약을 제공한다. 어쩜 그리 다른 고민, 그러나 누구나 할 수 있는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시로 위로하고 응원한다. 그렇게 슬픔을 훔친단다. 하하. 그렇게 되지 않을테지만 발상이 얼마나 따뜻하고 영특한가.

조금 아쉬운 것은 더 적절한 시가 많을텐데 굳이 이 시를...? 이라는 생각이 지나지만 시가 한 두 편이어야 말이지, 쉽지 않은 것이다. 좀 더 보태자면, 처방전이 많이 아쉽다. (모든 글이 그렇진 않지만) 마치 위로하는데 '나는 말야..' 라고 자기 의견 더 많이 보태는 느낌이랄까? 인정하고 받아주는 것이 필요한 사람들에겐 방법은 필요하지 않으니깐. 더 따뜻하면 더 좋겠다는 욕심에서 나오는 허함이 아-주 조금 있어서 이런 평을 해본다.

그렇지만 누군가는, 당사자는 위로를 받았을 거란 생각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책 뒷표지에 '이로써 당신 마음의 온도가 1도라도 올라갔다면, 그걸로 되었습니다.'라는 따뜻함이 묻어나서 감사했다. 타인을 생각하며 시를 고르고 골랐을 김현 작가의 시간과 마음이 사랑스럽다.

읽다보니 정세랑의 단편 '옥상에서 만나요'의 주인공이 절망을 먹는 정승과 함께 살며 절망 가운데 있는 사람들의 절망을 덜어주는 것과 닮았다. 하하. 너무 재미있게 엮인다.

여하튼 그렇게 누군가는 위로 받는다. 나의 재주는 무엇이 있나. 어떻게 위로하고, 또 위로 받고 있나. 곰곰히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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